01. 강원도

언제부터였나..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조금씩 지쳐 갔다.
차와 오토바이의 소음에서도 벗어나고 싶었다.

몇 년 전부터 여러 곳을 보러 다녔다.
다양한 지역, 많은 곳을 직접 보고 왔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괜찮다.. 싶으면 아내와 의견이 갈리곤 했다.

강원도 홍천에 눈이 조금 내렸던 다음날.
대부분 차창 밖으로 내다보기 일쑤였던 아내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나보다 먼저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린 나는 아내와 함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오르내리며 살피기도, 멀리서 바라보기도 했다.

여기는 이렇게 하면 좋겠고,
저기는 저렇게 하면 좋겠고,
아내와 함께 머무는 시간이 한참 이어졌다.

다녀온 후 이곳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다양한 핑계를 만들어서 여러 번 들르기도 했다.
머지않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


02. 새로운 삶

키노트의 첫 페이지에 제목을 적었다.
그리고 머릿속 생각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던 내용이라 무리는 없었다.

토지의 정보와 우리 가족에 관한 소개.
원하는 것과 선호하는 것들을 적어 나갔다.
물론, 선호하지 않는 것들도 꼼꼼히 채워 넣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도 적었다.
상상뿐이었지만 예상되는 우리의 하루 일과도 적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의견이 정리되었고,
레퍼런스 이미지도 폴더와 휴지통을 오가면서 추려졌다.
정리된 50여 페이지 분량의 파일을 설계사무소에 전달했다.
몇 곳의 설계사무소와 미팅을 했고, 한 곳에서 확신이 들었다.

그해 봄, 설계사무소와 첫 미팅 이후 설계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시작인 건가?’


03. 월운여관

이곳에 자연스레 어울리는 이름을 고민했다.
시간이 흘러도 낯설지 않을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여관’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는데,
‘조선시대에 밥과 술을 팔고 나그네를 재워주던 주막’

직관적이고 꾸밈없는 그 뜻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부터 좋아했던 ‘월운리’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렸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정해졌다.

월운여관은 작은 숲을 뒤로 하고 있다.
시골 마을이라 집들도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다.
해가 지면 마을의 하루도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고개를 들면 하늘 가득 별이 보인다.
귀를 기울이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계절마다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도 가지각색이다.

이곳을 찾게 될 분들이
우리와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면 좋겠고,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머무는 시간이 괜찮았기를 바란다.

‘작은 숲에서 머무는 시간. 온전한 쉼.’